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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 데이터 80%는 AI가 못 읽는다 — AI 웹 데이터 인프라 레이어와 기업 전략

    웹 데이터 80%는 AI가 못 읽는다 — AI 웹 데이터 인프라 레이어와 기업 전략

    웹에 있는 데이터 중 AI가 바로 처리할 수 있는 건 20%도 안 된다. 나머지 80%는 HTML, PDF, 이미지, 동영상, 로그인 뒤에 숨겨진 페이지들이다. 기계가 소화하기엔 엉망인 형태. 그런데 AI를 실제 비즈니스에 갖다 쓰려면 대규모·고품질·도메인 특화 데이터가 꼭 필요하다. 이 간극을 메우는 게 바로 웹 데이터 인프라 레이어(Web Data Infrastructure Layer)다.

    AI가 웹 데이터를 바로 못 쓰는 이유

    인터넷은 사람이 읽도록 만들어졌다. 기계용이 아니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도 이 점을 짚은 바 있다. 웹의 근본 구조 자체가 AI 데이터 수집의 발목을 잡는다.

    • 비정형 데이터: HTML 마크업, 중첩 테이블, 동적 JavaScript 렌더링 — 구조가 제각각이라 일괄 처리가 안 된다
    • 접근 제한: 로그인 월(paywall), CAPTCHA, robots.txt, IP 차단
    • 품질 불균일: 같은 주제라도 출처마다 형식과 신뢰도가 다르다
    • 실시간성 문제: 가격 데이터, 재고 정보는 캐시한 순간 이미 구식이 된다

    크롤러랑 뭐가 다른가

    단순 크롤러와는 차원이 다르다. 수집(Crawling) → 파싱(Parsing) → 정제(Cleaning) → 구조화(Structuring) → 저장(Storage) → 제공(Delivery)까지, 파이프라인 전체를 아우른다. 원시 웹 데이터를 AI가 소화 가능한 형태로 변환하는 중간 계층이라고 보면 된다.

    이 레이어가 급부상한 건 LLM 파인튜닝과 RAG(Retrieval-Augmented Generation) 파이프라인 수요가 폭발하면서다. 도메인별 지식 베이스를 쌓거나 실시간 웹 검색 결과를 AI에 연동할 때, 모두 이 인프라가 필요하다.

    기술 구성 4가지

    1. 웹 크롤러 & 스크레이퍼
    정적 HTML부터 SPA(Single Page Application)까지 처리하는 헤드리스 브라우저 기반 크롤러다. Playwright, Puppeteer, Scrapy가 대표 도구고, 규모가 커지면 분산 크롤링 아키텍처가 필수다.

    2. 데이터 파서 & 추출기
    수집된 원시 HTML에서 의미 있는 정보만 뽑아내는 레이어다. LLM 기반 파서인 Diffbot, Firecrawl은 구조 없는 페이지도 자연어 이해로 필드를 추출한다. 솔직히 기존 룰 기반 파서와 LLM 파서의 차이가 여기서 크게 갈린다.

    3. 데이터 클렌징 파이프라인
    중복 제거, 언어 감지, 품질 스코어링, 개인정보(PII) 필터링이 들어간다. AI 학습 데이터셋 품질은 모델 성능에 직결되는 문제다. 이 단계를 건너뛰면 결국 “garbage in, garbage out”이 된다.

    4. 벡터 스토어 & 검색 인덱스
    정제된 데이터를 임베딩 벡터로 변환해 저장하는 단계다. Pinecone, Weaviate, pgvector 같은 벡터 데이터베이스가 RAG 파이프라인의 중심축 역할을 한다.

    자체 구축? 외주? 구매? — 기업 전략 3가지

    • 자체 구축(In-house): 데이터 통제권은 최대다. 단, 엔지니어링 비용·유지보수·스케일링이 모두 내부 책임이다. 데이터 독점이 경쟁 우위인 기업에 어울린다.
    • 서드파티 API 활용: Bright Data, Apify, Zyte 같은 전문 플랫폼을 쓰는 방식이다. 개발 속도가 빠르고 법적 리스크 관리가 상대적으로 쉽다. 비용은 데이터 볼륨에 비례해 올라간다.
    • 데이터 마켓플레이스 구매: AWS Data Exchange, Snowflake Marketplace 등에서 이미 정제된 데이터셋을 산다. 속도는 빠르지만 커스터마이징 한계가 뚜렷하고, 경쟁사도 똑같은 데이터를 쓴다는 구조적 약점이 있다.

    법적 리스크, 생각보다 깊다

    기술 문제이기 전에 법적 문제다. 안일하게 넘어갔다가 소송에 휘말린 사례가 적지 않다.

    • robots.txt 준수: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위반하면 계정 차단이나 법적 분쟁 리스크가 따른다
    • 저작권: 뉴욕타임스 vs. OpenAI 소송처럼, AI 학습 목적 사용에 저작권자가 동의하지 않은 경우 소송 리스크가 현실이 된다
    • GDPR / 개인정보보호법: EU 사용자 데이터가 섞이면 GDPR이 적용된다. 국내 기업은 개인정보보호법 준수도 필수다
    • 컴퓨터사기남용법(CFAA): 미국에서 무단 접근으로 간주되면 형사 처벌까지 간다

    LinkedIn vs. hiQ Labs 판결처럼 공개 데이터 수집의 합법성은 나라마다 해석이 다르다. 법무팀과의 사전 협의는 건너뛰면 안 된다.

    이 판을 키우는 플레이어들

    웹 데이터 인프라는 이제 독립 산업 카테고리로 자리 잡는 중이다. 주요 플레이어들이다.

    • Bright Data (구 Luminati): 프록시 네트워크 + 데이터 수집 플랫폼. 기업 고객 중심으로 운영한다
    • Firecrawl: LLM 친화적 마크다운 변환에 특화된 스크래핑 API
    • Apify: 클라우드 기반 크롤링 플랫폼. 비개발자도 쓸 수 있는 Actor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한다
    • Diffbot: AI 기반 웹 파싱 및 구조화된 지식 그래프(Knowledge Graph) 제공
    • Common Crawl: 비영리 오픈 웹 크롤 데이터셋. GPT, LLaMA 등 대형 모델의 사전학습 데이터로 쓰인다

    모델보다 파이프라인이 AI 경쟁력을 가른다

    모델 성능 격차가 좁혀지는 속도는 무섭게 빠르다. GPT-4, Claude, Gemini의 벤치마크 차이는 1~2년 전보다 훨씬 줄었다. 이제 차별화 지점은 어떤 데이터로 학습하고, 어떤 데이터를 RAG 파이프라인에 연결하느냐로 이동했다.

    자사 도메인에 특화된 고품질 웹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AI에 연결하는 기업이 범용 모델에만 기대는 경쟁사보다 더 정확하고 신뢰도 높은 AI 서비스를 만든다. 웹 데이터 인프라 레이어는 선택지가 아니다. AI 경쟁력의 기반 자체다.

    출처: MIT Tech Review AI

  • Suno vs Udio 직접 써봤다 — AI 음악 생성 툴, 인디 아티스트한텐 뭐가 맞나

    Suno vs Udio 직접 써봤다 — AI 음악 생성 툴, 인디 아티스트한텐 뭐가 맞나

    텍스트 몇 줄 쳤더니 30초 만에 노래가 나왔다. 보컬까지. 2~3년 전이면 SF 소설 얘기였을 텐데, Suno와 Udio가 이걸 현실로 만들어버렸다. 인디 씬에서 AI 음악 생성 툴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는 건 사실인데, 막상 어떤 걸 써야 하는지, 저작권은 어떻게 되는지 모르고 쓰는 경우가 많다. 두 툴의 실제 차이와 인디 아티스트가 현실적으로 써먹을 방법을 정리했다.

    Suno와 Udio, 뭐가 다른가

    Suno는 지금 가장 많이 쓰이는 AI 음악 생성 툴이다. 장르 이름이나 분위기를 텍스트로 입력하면 보컬까지 들어간 완성형 곡이 나온다. 팝, 록, 힙합 같은 주류 장르에서 완성도가 안정적이고, 인터페이스가 단순해서 처음 써보는 사람도 5분이면 첫 곡이 나온다. 진짜 5분.

    Udio는 음악적 뉘앙스 표현에 강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정 악기 배치나 리듬 패턴을 세밀하게 지정하는 게 가능해서, 장르 특유의 질감을 살리고 싶을 때 선택지가 된다. 다만 그만큼 손이 좀 간다.

    • Suno: 초보자 친화적, 완성도 높은 풀 트랙, 빠른 생성 속도
    • Udio: 음악 디테일 조정 가능, 장르 특성 재현에 유리, 실험적 사운드에 강함

    둘 다 무료 티어가 있다. 월정액을 내면 생성 횟수가 늘어나고 상업적 이용 권한도 생긴다.

    실제로 써보면 어떻게 다른가

    Suno에 "late night jazz, sad vibes, female vocals"라고 입력하면 2분짜리 완성곡이 30초 만에 나온다. 보컬 톤, 피아노 반주, 베이스라인이 맞아떨어지는데, 처음 써보면 진짜 당황스러울 정도다. 좋은 의미로.

    Udio는 손이 좀 간다. "80년대 신스팝 스타일에 드럼 머신 강조"처럼 구체적으로 쓸수록 결과가 좋아진다. 반대로 뭉뚱그린 지시어를 주면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생긴다. 솔직히 번거롭긴 하다.

    음질은 둘 다 스트리밍 플랫폼에 올릴 수 있는 수준이다. 단, 가사가 영어 위주고, 간혹 음절이 어긋난 발음이 나온다. 아직 한계다.

    저작권 문제, 미리 알아야 나중에 안 당한다

    AI 음악 툴 쓸 때 가장 자주 나오는 질문이 "저작권은 괜찮냐"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 상황이 완전히 안전하진 않다.

    Suno와 Udio는 현재 미국 음반사들로부터 저작권 소송을 받고 있다. 훈련 데이터에 저작권 있는 음악을 무단으로 썼다는 이유다. 소송 결과에 따라 서비스 구조가 바뀔 여지가 있다. 진짜로.

    생성된 음악의 저작권은 플랜마다 다르다.

    • Suno 유료 플랜: 생성한 곡의 상업적 이용 허용, 저작권은 사용자에게 귀속
    • Udio 유료 플랜: 마찬가지로 상업적 이용 가능, 플랫폼 정책 내에서
    • 무료 플랜: 두 툴 모두 비상업적 이용만 허용

    약관이 수시로 바뀐다. 상업적으로 쓸 생각이라면 현재 약관을 직접 확인하는 게 필수다. 스포티파이는 이미 AI 생성 곡에 별도 레이블을 붙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고, 스트리밍 플랫폼에 올릴 때 AI 생성 음악임을 공개해야 하는 규정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인디 아티스트가 현실적으로 쓰는 방법

    AI 음악을 바로 "완성품"으로 내놓는 건 아직 리스크가 크다. 법적 불확실성도 있고, 청중 반응도 갈린다. 작업 보조 도구로 쓰는 게 현실적이다.

    • 데모 제작: 정식 녹음 전에 곡의 분위기를 AI로 먼저 잡는다. 악기 편성이나 장르 방향을 실험하는 용도로 쓰면 시간이 많이 줄어든다.
    • 레퍼런스 생성: "이런 느낌의 곡을 원한다"고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때, AI로 만들어서 세션 뮤지션이나 프로듀서에게 보여주는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쓰기 좋다.
    • 배경음악 제작: 유튜브, 팟캐스트, 릴스 배경음 등 직접 쓸 음악을 만들 때 활용도가 높다.
    • 창작 슬럼프 탈출: AI 생성 곡을 들으면서 멜로디나 코드 진행 아이디어를 얻는 방식이다. 결과물을 그대로 쓰는 게 아니라 자극제로 활용하는 것.

    AI 음악 인큐베이터 프로그램이란

    최근 Suno 같은 AI 음악 플랫폼들이 인디 아티스트를 대상으로 인큐베이터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The Verge 보도를 보면, Suno의 ‘Spark’ 프로그램은 서명하지 않은 독립 아티스트를 대상으로 그랜트, 멘토십, 마케팅 지원을 제공한다.

    • 그랜트(보조금): 음악 제작비, 장비 구입비 등 실질적인 지원금
    • 멘토십: 업계 전문가와의 1:1 또는 그룹 멘토링
    • 마케팅 지원: 플랫폼 내 노출 기회, 소셜 미디어 캠페인 등

    플랫폼 입장에서는 우수한 창작자를 끌어들이고 AI 툴 사용을 확산시키면서 콘텐츠를 풍성하게 만드는 전략이다. 아티스트 입장에서는 AI를 단순 도구로만 쓰는 게 아니라 플랫폼 생태계 안으로 들어가는 통로가 된다. 단, 영어권 프로그램이 많다. 한국 아티스트가 접근하려면 영어 포트폴리오와 글로벌 계정 운영이 먼저 되어 있어야 한다.

    AI가 음악을 만드는 시대, 아티스트에게 남는 것

    AI가 음악을 만들 수 있다면, 인간 아티스트의 역할은 뭐가 남을까. 이 질문이 불안하게 느껴진다면 방향을 조금 바꿔볼 필요가 있다.

    AI는 청중과의 관계를 못 만든다. 라이브 공연, 팬과의 소통, 개인적인 스토리텔링 — 이 영역은 대체가 안 된다. 반면 AI 툴을 능숙하게 다루는 아티스트는 제작 비용을 줄이고 더 빠르게 실험하는 이점을 챙길 수 있다. 결정적으로, AI를 먼저 익힌 아티스트가 앞서간다는 건 이미 여러 업계에서 반복되고 있는 패턴이다.

    Suno와 Udio 모두 무료 플랜으로 시작할 수 있다. 일단 써보고 직접 판단하는 게 맞다. 쓰다 보면 어디에 맞고 어디에 안 맞는지 금방 보인다.

    출처: The Verge

  • 감기 백신이 수십 년째 없는 이유, AI 신약 개발은 뭘 바꾸나

    감기 백신이 수십 년째 없는 이유, AI 신약 개발은 뭘 바꾸나

    코로나19 백신은 1년 만에 나왔다. 그런데 감기 백신은 없다. 수십 년 동안. 이 이상한 격차가 생긴 이유가 있고, 지금 AI와 빅테크 자본이 여기 뛰어들면서 판이 바뀌고 있다.

    160종 이상의 바이러스와 싸워야 하는 구조

    라이노바이러스(Rhinovirus)만 160종 이상의 혈청형이 존재한다. 독감 백신은 WHO가 매년 유행 예측 변종 3~4가지를 골라 만든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독감 바이러스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기 때문이다. 감기는 다르다. 종류가 너무 많고, 돌연변이 속도도 빠르다. 단일 백신 하나로 커버하는 게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면역 기억의 지속성이다. 독감이나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몸이 중화 항체를 만들어 다음 감염에 대비한다. 반면 라이노바이러스 감염 후 생기는 면역은 수 주 안에 약해진다. 백신으로 형성한 면역도 마찬가지다. 오래가지 않는다.

    여기에 복병이 하나 더 있다. 감기를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 계열이 따로 4종이나 존재한다. SARS-CoV-2와 다른 계열이지만 비슷한 내성 문제를 안고 있다. 쉽게 말하면, ‘감기’라는 단어 하나 뒤에 수백 개의 적이 숨어 있는 셈이다.

    코 점막과 에어로졸 — 호흡기 감염이 막기 어려운 진짜 이유

    주사 백신은 혈중 항체(IgG)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문제는 호흡기 바이러스의 주 침투 경로가 비강(코 점막)이라는 것. 코 점막에서 작동하는 건 분비형 면역글로불린(IgA)인데, 이건 혈중 항체와 기전이 다르다. 그래서 최근 비강 내 투여 방식 백신 연구가 급증하고 있다. 콧속에 뿌리는 형태로 IgA를 직접 자극하는 방식이다.

    에어로졸 전파 문제도 있다. 바이러스 입자 크기가 0.1~0.3마이크론 수준이다. KF94 필터로도 100% 차단은 불가능하다. 마스크가 전파를 줄이지만 완전히 막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구조 자체가 그렇다.

    AI가 신약 개발에 끌려온 진짜 이유

    신약 하나 개발에 평균 10~15년, 비용은 1조 원 이상. 성공률은 10% 미만이다. 이 구조가 감기 치료제 개발을 막아왔다. 치명률이 낮고 환자 1인당 지불 의향도 높지 않다. 제약사 입장에서 투자 회수가 어렵다는 계산이 나온다.

    AI는 이 방정식에서 시간과 비용을 건드린다. 단백질 구조 예측, 분자 도킹 시뮬레이션, 임상시험 환자 매칭에서 기존 실험 기반 방식보다 수십 배 빠른 속도가 나온다. 구글 딥마인드의 AlphaFold는 2억 개 이상의 단백질 구조를 예측해 공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이 데이터베이스가 감기·호흡기 바이러스 연구에도 직접 쓰인다.

    빅테크가 바이오에 돈을 쏟아붓는 이유

    테크 기업들의 헬스케어·바이오 투자를 사회공헌으로 보면 오해다. 구조적 계산이 있다.

    • 데이터 잠금 효과: 헬스케어 데이터는 수십 년치 바이오 자산이다. AI 학습에 쓸 수 있는 최고 품질 원자재다.
    • 시장 규모: 글로벌 의약품 시장이 연간 1,800조 원 규모다. 소프트웨어·광고가 포화된 빅테크에겐 확장 가능한 다음 판이다.
    • 규제 선점: 의료 AI 규제는 아직 초기다. 지금 들어오는 기업이 표준을 만든다.
    • 인재 유치: 바이오·의약 AI 연구는 기초과학을 다루기 때문에 최상위 AI 연구자들에게 매력적이다.

    결제 인프라를 가진 핀테크 기업이 바이오 연구를 후원하는 건 단기적으로 이상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헬스케어 구독 결제, 원격 진료 인프라, 의약품 전자상거래로 확장할 때 연구 투자에서 확보한 데이터와 네트워크가 진입 장벽이 된다. MIT Tech Review 보도를 보면 Stripe, Anthropic, OpenAI가 호흡기 감염 억제 프로젝트를 후원하는 흐름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AI 신약 개발, 지금 어디까지 왔나

    임상 진입 사례가 쌓이기 시작했다. 숫자가 말해준다.

    • Insilico Medicine: AI가 설계한 특발성 폐섬유화증(IPF) 치료 후보 물질이 임상 2상 진행 중. 후보 물질 발굴부터 임상 진입까지 18개월 만에 달성했다. 전통 방식이라면 5~7년 걸리는 구간이다.
    • Recursion Pharmaceuticals: 고처리량 실험과 AI를 결합해 200개 이상의 프로그램을 동시에 돌리고 있다.
    • Isomorphic Labs (딥마인드 분사): 일라이 릴리, 노바티스와 수천억 원 규모의 AI 신약 개발 계약을 맺었다.

    호흡기 분야에선 RSV(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백신이 2023년 처음 허가를 받았다. AI 기반 면역원 설계 연구가 이 과정에 병행됐고, 이후 관련 파이프라인이 빠르게 늘고 있다.

    감기보다 먼저 나올 것들

    솔직히 말하면, 감기 백신은 당장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인접 영역에서 눈에 띄는 진전이 이미 진행 중이다.

    • 범용 코로나 백신: 여러 코로나바이러스 변종을 동시에 막는 광역 백신 연구가 미국 NIH 주도로 진행 중. AI가 항원 설계의 핵심 역할을 맡는다.
    • 비강 전달 백신: IgA 항체를 직접 유도해 바이러스 침입 초기에 차단. 주사 없이 콧속에 뿌리는 형태다.
    • 광범위 항바이러스제: 바이러스 복제의 공통 기전을 막는 약물. 감기·독감·코로나를 하나의 약으로 막는 개념이다. 이게 현실이 되면 게임이 달라진다.
    • mRNA 치료제 응용: 코로나 백신에서 검증된 mRNA 플랫폼을 호흡기 바이러스 전반으로 확장하는 연구가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5~10년 뒤, 감기 치료의 현실적 그림

    ‘정복’이라는 단어 자체가 감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200종 이상의 바이러스가 끊임없이 돌연변이를 일으키기 때문에, 완전한 예방보다 빠른 치료와 중증화 방지가 현실적 목표다.

    AI가 신약 개발 속도를 높이면 증상 발현 후 24~48시간 내 복용하는 항바이러스제 개발 여지가 생긴다. 타미플루가 독감에 하는 역할을 감기에 하는 약을 AI가 설계하는 시나리오다. 상용화까지 여전히 5~10년은 필요하다. 그래도 투자 규모, 연구 속도, 기술 성숙도를 보면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다. 분명히 가까이 오고 있다.

    출처: MIT Tech Review AI

  • 터치스크린 맥북, 솔직히 살 가치 있나 따져봤다

    터치스크린 맥북, 솔직히 살 가치 있나 따져봤다

    윈도우 진영에서 터치스크린은 진작부터 기본이다. 10년 전 서피스가 나왔을 때도, 지금도. 근데 애플은 달랐다. 스티브 잡스가 “수직 화면에 손가락을 올리는 건 피로하다”고 못 박은 뒤로, 맥북에 터치스크린은 없었다. 그 노선이 바뀌려 하고 있다. 터치스크린 맥북 출시가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질문이 따라온다. 이게 진짜 쓸만한 기능이 될까? 아니면 윈도우 진영처럼 ‘있긴 한데 거의 안 씀’으로 끝날까?

    터치스크린 노트북, 실제로 얼마나 쓰이나

    윈도우 터치스크린 노트북 쓰는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다. 실제로 자주 터치를 쓰는 사람. 그리고 살 때는 ‘터치 된다는 게 좋아서’ 골랐는데, 막상 쓰고 나니 트랙패드만 쓰는 사람.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 사용자 조사에서 터치스크린을 “자주 사용한다”고 답한 비율은 약 40%였다. 나머지 60%는 가끔 또는 거의 쓰지 않는다고 했다. 터치가 모두에게 게임체인저가 되는 기능은 아닌 거다. 근데 그렇다고 무용지물이란 뜻도 아니다. 결국 자기 작업 패턴에 맞는지가 핵심이다.

    터치스크린이 진짜 빛나는 순간

    마우스나 트랙패드보다 손가락이 훨씬 직관적인 상황들이 있다.

    • 디지털 드로잉 / 스케치: 애플 펜슬이나 스타일러스와 조합하면 드로잉 작업이 완전히 달라진다. 아이패드 프로를 맥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기대가 여기서 나온다.
    • 프레젠테이션 중 슬라이드 조작: 발표 도중 화면을 직접 짚거나 슬라이드를 넘길 때 자연스럽다. 리모컨 없이도 된다.
    • 스크롤 많은 웹 브라우징: 소파에 반쯤 누워서 인터넷 볼 때. 솔직히 이때는 트랙패드보다 터치가 편하다.
    • 사진 편집 / 리터칭: 포토샵에서 세밀한 마스킹이나 선택 작업을 손가락으로 하면 정밀도가 다르다.

    터치스크린이 오히려 걸리는 상황들

    반대로, 불편한 시나리오도 분명히 있다.

    긴 타이핑 작업에서는 거의 쓸 일이 없다. 코딩이든 문서 작성이든 이메일이든, 키보드 앞에 앉아 있으면 손이 화면으로 올라갈 이유가 없다. 화면 지문 오염 문제도 생각보다 심각하다. 맥북 레티나 디스플레이의 선명도가 장점인데, 지문이 덕지덕지 묻으면 역효과다. 윈도우 터치스크린 유저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자꾸 닦아야 돼서 귀찮다”거든요.

    그리고 고릴라 팔(gorilla arm) 현상. 이건 여전히 해결 안 된 인체공학 문제다. 수직으로 세운 화면에 팔을 들어 조작하면 어깨와 팔이 금방 뻐근해진다. 단순한 여담이 아니라, 애플이 수십 년간 터치스크린 맥을 안 만든 핵심 이유였다는 점에서 이 문제는 지금도 유효하다.

    macOS가 터치를 얼마나 받쳐주느냐가 진짜 관건

    하드웨어 못지않게 결정적인 게 소프트웨어다. 터치스크린이 달린다고 바로 쓸만해지는 게 아니다. macOS 자체가 터치 입력에 맞게 설계돼야 한다.

    지금 macOS는 마우스와 트랙패드 중심으로 만들어진 UI다. 버튼 크기, 메뉴 간격, 텍스트 필드 — 전부 정밀한 포인터 조작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손가락으로 누르기엔 타깃이 작은 요소들이 너무 많다. 애플이 터치스크린 맥북을 낸다면, 하드웨어에 터치 레이어만 얹는 게 아니라 macOS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얘기다.

    아이패드OS처럼 큰 버튼과 넓은 여백을 가진 터치 모드를 별도 제공할 수도 있고, 아니면 앱마다 터치 지원 여부가 달라지는 반쪽짜리 경험이 될 수도 있다. 이 부분이 솔직히 제일 걱정되는 대목이다.

    아이패드 대신 쓸 수 있을까

    “터치스크린 맥북이 나오면 아이패드 프로 따로 살 필요 없겠지?”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부분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아이패드 프로의 강점은 터치스크린 하나가 아니다. 애플 펜슬의 압력 감지 정밀도, 태블릿 폼팩터의 휴대성, iPadOS의 터치 최적화 앱 생태계가 다 묶여서 나오는 결과거든요. 맥북에 터치스크린이 달린다고 이 조합이 그대로 구현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반대 시나리오가 현실적이다. 지금 맥북과 아이패드를 둘 다 쓰는 사람 중, 아이패드를 주로 넷플릭스나 웹서핑 용도로만 쓰는 경우라면 맥북 하나로 정리될 여지가 생긴다. 아이패드를 갖다 버릴 이유가 생기는 게 아니라, 굳이 새로 살 이유가 줄어드는 셈이다.

    지금 살까, 신형 기다릴까

    지금 사도 되는 경우:

    • 현재 쓰는 맥북이 너무 느리거나 고장났을 때
    • 영상 편집, 3D 렌더링 등 지금 당장 성능이 필요한 작업을 하는 경우
    • 터치스크린 기능 자체에 큰 관심이 없는 경우
    • 현 세대 M4 Pro / M4 Max 성능으로 충분하다고 판단될 때

    기다려볼 만한 경우:

    • 드로잉, 스케치, 노트 필기 등 터치 활용도가 높은 크리에이터
    • 아이패드 프로와의 통합을 기대하는 경우
    • 구매 여유가 있고, 얼리어답터보다 완성도를 중시하는 경우

    맥북의 제품 사이클 특성상 신형이 나오면 이전 세대는 가격이 내려가거나 리퍼 시장에 풀린다. 급하지 않다면 기다리는 게 어떤 방식으로든 손해는 아니다.

    단순한 스펙 추가가 아닌 세 가지 이유

    터치스크린이 모든 사람에게 필수인 기능은 아니다. 근데 애플이 이 결정을 내린다는 건 스펙 하나 추가하는 것 이상이다.

    첫째, 맥과 아이패드의 경계가 흐려진다. 하드웨어 수렴이 가속화되면 앱 생태계도 바뀐다. 개발자들이 macOS용 터치 앱을 만들 유인이 생기는 거다. 둘째, 애플 펜슬이 맥북 정식 액세서리가 된다. 아이패드 전용 도구였던 애플 펜슬이 크리에이터의 맥 작업 흐름에 편입된다면, 프로 크리에이터 시장에서 맥북의 위상이 달라진다. 셋째, AI 기능과 만나는 지점이 흥미롭다. M5 칩의 강화된 뉴럴 엔진과 터치스크린이 결합되면 손글씨 인식, 제스처 기반 AI 인터랙션 같은 새로운 경험이 가능해진다. 화면을 터치하는 게 아니라 입력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거다.

    터치스크린 맥북이 혁명적일지, 그저 그런 기능 추가로 끝날지는 소프트웨어에 달려 있다. 하드웨어는 애플이 잘 만들 거다. macOS가 얼마나 빠르게 터치에 맞게 진화하느냐가 남은 숙제다.

    출처: Engadget

  • 중국, 세계 1위 슈퍼컴 탈환…미국 제재는 역효과로 끝났다

    중국, 세계 1위 슈퍼컴 탈환…미국 제재는 역효과로 끝났다

    중국이 7년 만에 슈퍼컴퓨터 세계 1위를 가져갔다. 새 챔피언은 라인샤인(LineShine). 미국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의 엘 캐피탄(El Capitan)을 TOP500 1위에서 끌어내렸다. 그것도 미국 칩 한 장 없이.

    7년 만에 돌아온 왕좌

    TOP500은 반기마다 발표되는 세계 슈퍼컴퓨터 성능 순위다. 단순한 기술 자랑이 아니라, 국가 간 연산 능력 격차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다. 중국은 2016~2018년 사이 선웨이 타이후라이트(Sunway TaihuLight)와 톈허-2로 이 리스트 상단을 장악했다. 이후로는 오크리지·로런스 리버모어 같은 미국 국립연구소들이 꾸준히 정상을 지켜왔다.

    라인샤인은 그 구도를 뒤집었다. 엘 캐피탄이 보유하던 약 1.7 엑사플롭스(ExaFLOPS) 기록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엑사플롭스는 1초에 100경 번 연산하는 단위다. 이 수준이면 핵 시뮬레이션, 기후 모델링, 대규모 AI 훈련에 바로 투입된다. 슈퍼컴이 국가 인프라 그 자체가 된다는 게 이런 맥락이다.

    미국 제재가 오히려 중국 손을 잡아당겼다

    핵심 질문은 하나다. 어떻게 만들었냐는 것. 미국은 2022년부터 엔비디아 A100·H100 GPU와 인텔 첨단 프로세서의 대중국 수출을 사실상 봉쇄했다. TOP500 상위권을 채운 미국·유럽 슈퍼컴퓨터 대부분이 이 부품들로 돌아간다. 제재로 중국의 컴퓨팅 성장을 틀어막겠다는 계산이었다.

    그 계산은 빗나갔다. 라인샤인은 자국산 칩으로 이 성능을 달성했을 가능성이 높다. 화웨이 아센드(Ascend) 계열이나 국산 CPU 라인이 핵심 부품으로 쓰였을 것으로 분석된다. 솔직히 이건 미국 입장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다. 수출 규제가 중국의 반도체 자립 일정을 앞당겨버린 꼴이니.

    TOP500이 드러낸 미중 기술 전쟁의 현주소

    전체 리스트에서 미국은 여전히 상위권 다수를 차지한다. 유럽·일본이 그 뒤를 잇는다. 하지만 1위 교체는 순위 변화 그 이상이다. The Verge 보도가 짚은 핵심은 세 가지다.

    • 중국이 미국 부품 없이도 자립적 HPC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사실 증명
    • AI·국방·에너지 분야에서 슈퍼컴 성능이 곧 국가 경쟁력인 시대의 도래
    • 미국의 수출 통제 전략이 장기적으로 재검토 압박을 받게 될 것

    엔비디아 입장에서도 불편한 소식이다. 중국 시장 접근이 막힌 상황에서 중국이 자체 칩으로 세계 1위를 만들어냈다면, 그건 잠재 고객이 영구 이탈 수순에 들어가고 있다는 신호다. 당장의 매출 손실을 넘어, 중장기 시장 판도 자체가 바뀌는 이야기다.

    한국의 셈법은 더 복잡해졌다

    이 뉴스가 한국에 던지는 함의는 직접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고대역폭 메모리) 시장에서 엔비디아 등 미국 고객사와 깊이 연결돼 있다. 동시에 중국은 여전히 메모리 반도체 최대 수요처 중 하나다. 중국이 자국산 칩 생태계를 착실히 쌓아가면, 이 공급망 구도는 달라진다.

    국내 AI 인프라도 짚어봐야 한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운영하는 슈퍼컴 누리온(Nurion)은 TOP500 기준 이미 상위권 밖이다. AI 주권을 이야기하면서 연산 인프라에서 뒤처지면, 결국 말뿐인 전략이 된다. 라인샤인의 1위 등극은 한국 정부와 기업이 국산 AI 칩과 슈퍼컴퓨팅 투자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경고등이기도 하다.

    출처: The Verge

  • 수노 ‘Spark’ 인큐베이터 — AI 스트리밍 플랫폼이 인디 음악가를 직접 키운다

    수노 ‘Spark’ 인큐베이터 — AI 스트리밍 플랫폼이 인디 음악가를 직접 키운다

    수노(Suno)가 ‘Spark’라는 이름의 인큐베이터를 출범했다. 텍스트 한 줄 넣으면 노래 뚝딱 만들어주던 그 수노가, 이번엔 아예 신인 뮤지션을 직접 발굴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멜로디 자판기에서 기획사로. 변신의 폭이 제법 크다.

    Spark, 어떤 프로그램인가

    지원 대상은 레이블과 계약하지 않은 독립 음악가들이다. 미계약 싱어, 송라이터, 프로듀서가 신청할 수 있고, 선발되면 지원금(그랜트), 업계 전문가 멘토링, 마케팅 지원이 패키지로 제공된다. The Verge 보도를 보면, 수노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플랫폼 내 콘텐츠 생태계를 인간 창작자 중심으로 넓히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솔직히, AI 음악 서비스가 인간 아티스트를 직접 지원하겠다고 나선 게 아직 좀 낯설다. 기존 AI 음악 서비스들은 어디까지나 ‘도구’였다. 수노는 그 선을 넘어 기획사, 레이블, 플랫폼의 역할을 한꺼번에 가져가려 한다.

    소송 한가운데서 꺼낸 카드

    타이밍이 묘하다. 2024년 미국음반산업협회(RIAA)가 수노와 유디오(Udio)를 저작권 침해로 고소했다. 아티스트 동의 없이 기존 음악을 AI 학습 데이터로 썼다는 혐의다. 소송이 아직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인디 아티스트 지원 프로그램을 전면에 내세운 건, 어떻게 봐도 음악 업계와의 관계 회복 시도로 읽힌다.

    “우리는 아티스트를 착취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것. 이 의도를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시선만 있는 건 아니지만.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 스포티파이와 같은 링에

    수노의 진짜 그림은 AI 음악과 인간 음악을 함께 유통하는 스트리밍 플랫폼이다. Spark는 그 구조에서 ‘콘텐츠 파이프라인’ 역할을 맡는다. 수노가 발굴한 아티스트가 수노 플랫폼에 계속 곡을 공급하는 식이다.

    • AI 생성 음악 + 인간 창작 음악의 혼합 플랫폼
    • 인디 아티스트 → 수노 발굴 → 수노 플랫폼 유통
    • 광고·구독 수익 모델로 확장

    유료 구독자 2억 5천만 명을 보유한 스포티파이와 정면 승부하기보다는, ‘AI 네이티브 플랫폼’이라는 차별점으로 틈새를 파고드는 전략이다. 후발 주자로선 현실적인 선택이기도 하다.

    인디 뮤지션 입장에선 — 지원인가, 함정인가

    양면이 있다. 지원금과 멘토링은 분명 매력적이다. 레이블 없이 혼자 활동하는 뮤지션에게 마케팅 지원은 현실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 문제는 AI 기업의 생태계에 묶인다는 점이다.

    핵심 쟁점은 음악 저작권의 귀속과 AI 학습 데이터 활용 여부다. 미국 음악인 연맹 AFM은 AI 기업과 계약할 때 조건을 꼼꼼히 따져보라고 공식 권고하고 있다. Spark 참여 아티스트의 음악이 수노 AI 모델 훈련에 쓰일 가능성을 계약서에서 명확히 차단하지 않으면, 단기 지원금이 장기 권리 손실로 돌아올 수 있다. 이건 그냥 넘길 대목이 아니다.

    AI 음악 시장 판도

    현재 AI 음악 생성 시장엔 수노, 유디오, 에이바(AIVA), 뮤직LM이 경쟁 중이다. 이 중 수노는 사용자 친화적 인터페이스와 음질로 가장 넓은 사용자층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AI가 만든 곡이 유튜브와 틱톡에서 수억 회 이상 재생된 사례도 이미 나왔고, 음원 차트에 오른 전례도 있다.

    업계 리서치 회사 마켓앤마켓(MarketsandMarkets)은 글로벌 AI 음악 생성 시장이 2028년까지 연평균 28%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Spark는 이 흐름을 타고 수노가 플랫폼 기업으로 올라서려는 시도다.

    K팝과 인디 씬 — 한국 음악 산업의 셈법

    이 흐름은 한국 음악 시장과도 직결된다. SM엔터테인먼트, 하이브, JYP 등 대형 기획사는 이미 AI 작곡·음원 제작 도구 도입을 검토 중이다. 홍대 인디 씬이나 유튜브 기반 1인 뮤지션들은 수노 같은 툴을 가장 빠르게 받아들이는 계층이기도 하다.

    Spark가 글로벌로 확장돼 국내 인디 아티스트에게도 문이 열린다면, 국내 독립 음악가가 실리콘밸리 AI 기업의 콘텐츠 공급망에 편입되는 시나리오도 현실이 된다. 단기적으로는 노출과 자금 지원이라는 이점이 있지만, 저작권 구조와 플랫폼 종속성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지금이 딱 그 타이밍이다.

    멜론·지니·플로 입장에서도 수노가 스트리밍 시장에 본격 진입하면, AI 생성 음원과 인간 창작 음원이 뒤섞인 경쟁에 대비해야 한다. 저작권법 개정 논의와 함께, 국내 음악 생태계가 이 변화를 어떻게 수용할지 논의가 시급하다.

    출처: The Verge

  • GLM-5.2, 사이버보안 AI 격차 사실상 좁혔다 — 중국 오픈웨이트의 양날검

    GLM-5.2, 사이버보안 AI 격차 사실상 좁혔다 — 중국 오픈웨이트의 양날검

    즈푸AI(Z.ai)가 내놓은 오픈웨이트 모델 GLM-5.2가 사이버보안 벤치마크에서 업계 최상위 모델 Mythos와 사실상 동급 성능을 기록했다. 버그 탐지, 취약점 코드 분석 같은 실전형 작업에서다. 범용 성능은 GPT-4o나 Claude에 아직 못 미치지만, 보안이라는 특정 영역에서 최정상급 모델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사실 자체가 업계를 흔들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이 모델은 완전 무료, 로컬 설치 가능한 오픈웨이트다. 누구든 내려받아 자기 서버에서 구동하면 된다.

    GLM-5.2, 단순 업그레이드가 아닌 ‘보안 AI 지각변동’

    즈푸AI는 칭화대학교에서 파생된 AI 연구기업이다. 중국 내에서 바이두·알리바바와 함께 AI 3강으로 꼽힌다. 이번 GLM-5.2의 핵심은 성능 벤치마크 숫자가 아니다. 오픈웨이트 방식으로 공개됐다는 것이 게임 체인저다. 모델 가중치 자체를 배포하기 때문에 API 요금 없이 로컬 서버에서 자유롭게 구동이 가능하다. 보안 업계 입장에서는 꽤 무거운 변화다.

    The Verge 보도에 따르면, 연구자들은 GLM-5.2를 사이버보안 특화 시나리오에 투입해 테스트했고, 보안 분야 최상위 모델로 평가받는 Mythos와 동등한 성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버그 탐지, 취약점 코드 분석, 침투 테스트 보조 등 실전형 작업에서 두드러진 결과였다.

    Mythos가 기준점이 된 이유

    Mythos는 사이버보안에 특화된 AI 모델이다. 악성코드 분석부터 취약점 식별, 공격 코드 이해까지 — 보안 전문가가 일상적으로 쓰는 작업에서 현재 업계 최고 성능을 보이는 모델로 통한다. 연구자들이 이 모델을 기준선으로 삼아 GLM-5.2와 비교했을 때 특정 시나리오에서 동등한 결과를 얻었다는 게 핵심이다.

    GLM-5.2가 모든 분야에서 동급이라는 건 아니다. 글쓰기·추론·수학 등 범용 벤치마크에서는 GPT-4o나 Claude와 여전히 격차가 있다. 솔직히 여기서 갈린다 — 범용에서는 뒤지지만 사이버보안이라는 특정 고부가가치 영역에서 사실상 동급이라는 평가 자체가 업계를 흔들기에 충분하다. 전장을 바꾸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딥시크에서 GLM까지, 중국 AI의 영역 침공

    올 초 딥시크(DeepSeek)가 R1 모델로 서구 AI 생태계에 충격을 준 이후, 중국 AI의 추격은 범용에서 특화 분야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양상이다.

    • 딥시크 R1 — 수학·코딩 추론에서 OpenAI o1 수준 달성
    • 알리바바 Qwen2.5 — 다국어 처리·코딩 분야 글로벌 상위권 진입
    • 즈푸AI GLM-5.2 — 사이버보안·버그 탐지에서 Mythos 동급 평가

    패턴이 선명하다. OpenAI·Anthropic을 범용에서 단기간에 앞지르기 어렵다고 판단한 중국 AI 기업들이 보안·군사·산업 특화 영역을 집중 공략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GLM-5.2는 그 전략이 실제로 통한다는 첫 번째 구체적 증거다.

    오픈웨이트라는 칼, 누가 쥐느냐에 달렸다

    GLM-5.2가 오픈웨이트라는 사실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를 만든다. 보안 연구자 입장에서는 반갑다. API 호출 비용 없이 최상급 사이버보안 AI를 로컬에서 돌릴 수 있으니, 한국의 중소 보안 기업이나 개인 연구자도 고성능 위협 탐지 도구를 손에 넣게 된다. 이건 꽤 큰 기회다.

    반면 악의적 활용 가능성도 현실이다. 취약점을 찾아주는 AI는 동시에 취약점을 악용하는 공격자의 자동화 무기가 된다. 폐쇄형 API와 달리 오픈웨이트는 사용 제한이 없어 해킹 자동화, 익스플로잇 생성 도구로 전용될 위험이 있다. 미국 CISA는 올해 AI 기반 사이버 위협을 최우선 경보 사안으로 분류했고, 유럽 ENISA도 같은 경고를 내놓은 바 있다. 개방성과 위험은 동전의 양면이다.

    북한 해킹 조직에 새 무기 — 한국이 마냥 지켜볼 수 없는 이유

    한국은 이 흐름을 관망할 처지가 아니다. 북한의 사이버 공격 조직(라자루스 그룹 등)은 이미 AI를 활용한 피싱·사회공학 공격을 고도화하고 있다는 정보 당국의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고성능 사이버보안 AI가 오픈소스로 풀리면, 훨씬 정교한 자동화 공격 체계 구성이 한결 쉬워진다. 이건 좀 과한 우려가 아니다.

    국내 금융권과 공공기관은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 KISA(한국인터넷진흥원) 집계에서 2024년 국내 랜섬웨어·공급망 공격 건수는 전년 대비 40% 이상 증가했다. AI 보조 공격이 본격화하는 국면에서 방어 비용 역시 가파르게 오를 수밖에 없다.

    기회도 분명히 있다. 안랩·SK쉴더스·이글루시큐리티 등 국내 보안 기업들이 GLM-5.2 같은 오픈웨이트 모델을 방어 도구로 선제 채택해 자동화 위협 탐지 체계를 구축하면, 오히려 방어 측이 선점 우위를 가져가는 그림도 그려진다. 결국 같은 칼을 누가 먼저 집느냐의 싸움이다. 중국이 공개한 무기를 한국 보안 업계가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향후 2~3년 사이버 안보 역량을 결정할 것이다.

    출처: The Verge

  • 무어의 법칙은 끝났나 — 반도체 집적 한계와 그 이후를 한 번에

    무어의 법칙은 끝났나 — 반도체 집적 한계와 그 이후를 한 번에

    손톱 크기 안에 트랜지스터 1,000억 개. 숫자만 들으면 SF 대사 같은데, IBM이 최근 이 수준의 프로토타입 칩을 실제로 공개했다. 덕분에 “무어의 법칙이 아직 살아있다”는 말이 다시 나오기 시작했는데, 솔직히 무어의 법칙이 정확히 뭔지, 왜 한계 얘기가 나왔는지, 지금 어떤 상황인지 한 번에 정리된 글이 없어서 직접 써봤다.

    무어의 법칙, 딱 한 줄로

    시작은 1965년이다. 인텔 공동창업자 고든 무어가 잡지 기고문에 한 줄 적었다. “반도체 칩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 수가 2년마다 두 배로 늘어난다.” 처음엔 그냥 업계 관찰 정도였는데, 이게 수십 년 동안 실제로 맞아떨어졌다. 반도체 산업 전체의 북극성이 된 거다.

    트랜지스터는 전기 신호를 켜고 끄는 작은 스위치다. 이 스위치가 많을수록, 작을수록 칩은 더 많은 연산을 더 빠르게, 더 적은 전력으로 처리한다. 결국 무어의 법칙은 “컴퓨터 성능이 2년마다 두 배 좋아진다”는 말로 해석돼왔다.

    트랜지스터가 많으면 뭐가 좋아지나

    반도체 집적도가 올라가면 생기는 이점은 세 가지다.

    • 처리 속도: 더 많은 연산을 병렬로 돌릴 수 있어서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작업을 처리한다
    • 전력 효율: 트랜지스터가 작아질수록 전압이 낮아져 발열이 줄고 배터리 효율이 올라간다
    • 가격: 같은 웨이퍼 면적에서 더 많은 칩을 뽑아낼 수 있으니 단가가 내려간다

    스마트폰 배터리가 온종일 버티고, 노트북이 얇아지면서도 성능이 오른 게 다 이 덕분이다. 10년 전 고성능 서버가 하던 연산을, 지금은 손 안의 칩이 해낸다.

    왜 집적도 높이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나

    문제는 트랜지스터 크기에 물리적 벽이 있다는 거다. 현재 최첨단 공정이 2나노미터(nm) 수준인데, 2nm는 수소 원자 20개를 나란히 늘어놓은 길이다. 이 정도까지 내려오면 고전 물리학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 양자 터널링 효과: 트랜지스터가 너무 작으면 전자가 절연층을 그냥 통과해버린다. 스위치 역할 자체를 못 하게 되는 거다
    • 발열 집중: 면적 대비 전력 밀도가 높아지면 칩 한 점에 열이 폭발적으로 쌓인다
    • 공정 비용 급등: EUV(극자외선) 리소그래피 장비 한 대 가격이 수천억 원대다. 더 미세한 공정은 더 비싼 장비를 요구한다

    그래서 2010년대 중반부터 “무어의 법칙이 끝났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2년 주기가 3~4년으로 늘어났고, 성능 향상 폭도 예전만큼 극적이지 않다.

    나노공정 전쟁: TSMC·삼성·인텔 지금 어디쯤

    그래도 경쟁은 멈추지 않았다.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최첨단 공정을 실제로 다투는 회사는 세 곳이다.

    • TSMC: 3nm 양산 중, 2nm 진입 단계다. 애플 M 시리즈, 엔비디아 GPU, AMD 칩을 다 여기서 만든다. 시장 점유율 6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 삼성: GAA(게이트 올 어라운드) 트랜지스터 구조를 업계 최초로 도입하면서 3nm를 선언했는데, 수율(정상 칩 비율) 문제로 아직 고전 중이다. 이건 좀 뼈아픈 부분이다
    • 인텔: 한때 공정 경쟁에서 밀렸다가 “인텔 18A” 공정으로 반격 중. 자체 칩 생산과 외부 파운드리 동시 운영이라는 이중 전략을 쓰고 있다

    IBM은 파운드리 경쟁보다 아키텍처 연구에 집중하는 편이다. 새로운 트랜지스터 설계나 패키징 기술을 선보이면서 업계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 이번 1,000억 개 트랜지스터 칩도 “이게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 프로토타입이지, 당장 양산되는 제품은 아니다.

    한계를 넘으려는 기술들

    평면으로 계속 작게 만드는 게 막히자, 업계는 방향을 바꿨다.

    • 3D 적층: 칩을 위로 쌓는다. HBM(고대역폭 메모리)이 대표적인데, 메모리 여러 층을 수직으로 연결해 대역폭을 폭발적으로 늘렸다. 엔비디아 H100·H200의 AI 성능이 여기서 나온다
    • 칩릿(Chiplet) 설계: 거대한 칩 하나 대신, 기능별로 작은 칩을 따로 만들어서 연결하는 방식. AMD가 이 방법으로 인텔을 추격하는 데 성공했다
    • 소재 혁신: 실리콘을 대체할 소재로 질화갈륨(GaN), 탄화규소(SiC), 그래핀 등이 연구 중이다. 전력 반도체 분야에서 빠르게 상용화되고 있다
    • 뉴로모픽 칩: 인간 뇌 구조를 모방한 설계. 기존 폰 노이만 구조를 탈피해 AI 연산에 특화된 칩을 만들려는 시도다

    “2년마다 트랜지스터 2배”라는 공식은 더 이상 딱 맞지 않는다. 반도체 성능 자체는 여전히 빠르게 오르고 있다. 경로가 달라진 것뿐이다.

    AI가 칩 설계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요즘 반도체 업계 이야기에서 빠지지 않는 흐름이 있다. AI가 칩 설계 방식을 통째로 뒤집고 있다는 거다. 구글은 강화학습 AI를 칩 설계 배치(placement)에 활용해서 인간 엔지니어보다 빠르고 효율적인 레이아웃을 뽑아냈고, 인텔도 AI 기반 EDA(전자설계자동화) 도구를 적극 도입 중이다.

    AI가 칩을 더 잘 설계하고, 그 칩이 더 강력한 AI를 돌리는 구조. 이 사이클이 얼마나 빠르게 돌아가느냐가 앞으로 AI 산업의 속도를 결정한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이 “AI는 인프라이고, GPU는 그 인프라의 엔진”이라고 말하는 맥락이 정확히 여기 있다.

    AI 추론에 특화된 NPU(신경망처리장치) 시장도 빠르게 커지는 중이다. 스마트폰 AP 안에 들어가는 작은 NPU부터 데이터센터용 대형 추론 칩까지, AI 워크로드만 처리하도록 최적화된 칩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 뭐가 달라지나

    반도체 기술이 어떤 방향으로 가든, 체감 변화는 이렇게 나타난다.

    • PC·노트북: 성능 향상 속도는 예전보다 완만해졌다. 전력 효율 개선은 계속되고 있어서 배터리 수명과 발열은 꾸준히 좋아진다
    • 스마트폰: AP 안 NPU 성능이 매년 눈에 띄게 오르고 있다. 실시간 번역, 사진 편집, AI 어시스턴트 같은 온디바이스 AI 기능이 갈수록 쓸 만해지는 이유다
    • AI 서비스 비용: 데이터센터 칩 효율이 오를수록 ChatGPT 같은 서비스 운영 비용이 내려간다. 장기적으로 이용 가격에 반영될 거다
    • 전력 소비: AI 연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칩 효율 개선은 단순한 성능 경쟁이 아니라 에너지 문제와도 직결된다

    무어의 법칙은 “2년마다 2배”라는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반도체 산업 전체가 이 예측을 맞추기 위해 조직되고, 투자되고, 경쟁해왔다. 그 법칙이 흔들리면서 업계가 어떤 대안을 찾고 있는지 아는 것 자체가, 앞으로 어떤 기기를 살지, 어떤 기술이 성장할지 판단하는 나침반이 된다.

    출처: MIT Tech Review AI

  • 애플이 중국 블랙리스트 기업 D램 사겠다고 신청했다 — 삼성은 긴장해야 하나

    애플이 중국 블랙리스트 기업 D램 사겠다고 신청했다 — 삼성은 긴장해야 하나

    애플이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는 중국 기업한테 D램을 사겠다고 손을 들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를 보면, 애플은 트럼프 행정부에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CXMT로부터 D램 칩을 구매할 수 있도록 예외 승인을 요청했다. CXMT는 인민해방군(PLA) 연계를 이유로 미 국방부 블랙리스트에 등재된 기업이다. 이 카드를 꺼낼 만큼 지금 공급망 압박이 급하다는 신호다.

    애플이 이 카드를 꺼낸 이유

    AI 열풍이 반도체 시장 전체를 흔들고 있다. 엔비디아 GPU에 탑재되는 HBM(고대역폭 메모리)부터 스마트폰용 LPDDR5 D램까지, 수요가 폭발하면서 가격도 따라 올랐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 집계를 보면 2025년 하반기 D램 고정 거래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20~30% 상승했다. 20~30%면 그냥 살짝 오른 게 아니다.

    애플 입장에서 아이폰·맥·아이패드에 들어가는 메모리는 연간 수억 개 단위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세 곳에서만 받아오면 협상 테이블에서 을이 될 수밖에 없다. 경쟁자를 하나 더 끼워 넣어서 가격 레버리지를 높이겠다는 계산이다. 교과서적인 조달 전략이긴 한데, 상대가 블랙리스트 기업이라는 게 문제다.

    CXMT, 어떤 회사인가

    CXMT(창신메모리기술·长鑫存储技术).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에 본사를 둔 D램 전문 기업이다. 2016년 설립됐고, 중국 정부 반도체 굴기 정책의 집중 지원을 받았다. DDR4·LPDDR4X 같은 스마트폰·PC용 메모리를 주로 생산하며, 최근엔 DDR5 양산 능력도 갖춰가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삼성·하이닉스·마이크론 최상위 제품 대비 아직 한 세대 차이가 있다는 게 업계 지배적인 평가다. 그래도 중저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이미 중국 브랜드에 상당한 물량을 공급 중이다. 미 국방부는 2024년 CXMT를 ‘중국 군사 기업 목록(Chinese Military Company List)’에 올렸다. 그게 지금 이 상황의 핵심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딜레마

    애플의 요청이 받아들여질지는 솔직히 안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반도체 기업을 압박하면서도, 미국 기업들의 원가 절감 요구를 외면하기도 어렵다. 블랙리스트 예외를 인정해 주면 “미국이 중국 군수 연계 기업에 자금을 대주는 꼴”이라는 강경파의 반발이 터져나올 게 뻔하다.

    미국 의회에서는 최근 국방수권법(NDAA)을 통해 블랙리스트 기업과의 거래를 더 옥죄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애플에 ‘미국 내 생산 확대’를 압박해 왔다. 이번 건을 두고 맞바꾸기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도 아예 배제하긴 어렵다. 정치적으로 여러 층위가 얽혀 있는 구도다.

    메모리 가격 폭등, 왜 이렇게 됐나

    D램 시장 공급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세 곳이 전 세계 물량의 95% 이상을 쥐고 있다. 완전한 과점이다. AI 수요가 급증하자 가격은 더 가파르게 튀었고, HBM 생산에 웨이퍼 투입량이 집중되면서 일반 D램 공급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풍선효과까지 겹쳤다.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는 구조다.

    애플의 아이폰 16 시리즈는 기본 8GB LPDDR5X 메모리를 탑재한다. 매년 2억 대 이상 팔리는 아이폰만 따져도 메모리 조달 비용은 수조 원 단위다. 소수 공급사 과점이 이어지면 애플 마진에 직접 타격이 간다. 이번 움직임의 배경이 정확히 거기에 있다.

    삼성·SK하이닉스에 떨어진 불똥

    표면상 이번 뉴스는 애플-CXMT-미국 정부의 이야기다. 그런데 가장 예민하게 봐야 할 곳은 한국 반도체 업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애플의 메모리 최대 공급사로, 아이폰·맥북에 들어가는 D램과 낸드플래시를 수년째 납품해 왔다.

    만약 애플이 CXMT로부터 저가 D램을 실제로 공급받기 시작한다면:

    • 단기적으로 물량 일부를 직접 빼앗길 수 있다
    • 장기적으로 가격 협상에서 애플이 “CXMT 쓸 수도 있다”는 레버리지를 쥐게 된다
    • 공급사 다변화가 현실화되면 한국 업체의 단가 인하 압박이 커진다

    물론 CXMT의 품질이 애플의 공급사 품질 인증 절차(AQP)를 통과할 수준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실제 물량 전환까지는 수 년이 필요하다. 그래도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이 이번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K-반도체, 다음 수순은

    이번 사안은 미중 반도체 전쟁의 새 국면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다. 미국이 블랙리스트를 유지하면서도 예외를 인정하는 방식으로 흘러간다면, 삼성·하이닉스가 누려온 ‘제도적 해자(moat)’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반도체 산업이 수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한국 경제 구조상, 애플 공급망에서 국내 기업이 밀려나는 건 단순한 기업 이슈가 아니다. 단기 승인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애플이 CXMT라는 이름을 공개적으로 꺼냈다는 사실 자체가 시장에 메시지를 던진 거다. HBM 같은 고부가 기술로의 차별화를 서두를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출처: The Verge

  • 마거릿 애트우드 “AI는 쓰레기 처리기” — 작가들 저항의 지금

    마거릿 애트우드 “AI는 쓰레기 처리기” — 작가들 저항의 지금

    마거릿 애트우드가 AI를 한 문장으로 끝냈다.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Garbage in, garbage out).” 포르투갈 포르투의 바벨 문학·문화 페스티벌(Babell Literary and Cultural Festival) 무대에서 나온 말이다. 시녀 이야기(The Handmaid’s Tale)눈먼 암살자(The Blind Assassin)를 쓴 캐나다 소설가. 그 한마디가 AI 업계 전체를 향한 묵직한 펀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냥 비판이 아니다, 직접 써봤다

    Deadline의 현장 보도를 보면, 애트우드는 AI 도구를 실제로 사용해봤다고 밝혔다. 그 경험에서 나온 결론이 저 문장이다. 써보지도 않고 비판하는 사람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직접 돌려보고 “쓰레기”라고 말한 거니까.

    GIGO(Garbage In, Garbage Out)는 수십 년 된 컴퓨터 과학 원칙이다. 입력이 나쁘면 출력도 나쁘다는 얘기. 애트우드는 이 고전적 논리를 ChatGPT 시대에 정확히 겨냥했다. AI가 학습한 데이터 자체가 오염돼 있다면, 아무리 정교한 모델이라도 결과는 근본부터 망가져 있다는 뜻이다.

    AI가 삼킨 데이터, 대체 뭔가

    OpenAI, Meta, Google 등 주요 AI 개발사들은 인터넷 전반에서 긁어모은 방대한 텍스트로 모델을 학습시켰다. 소설, 시, 에세이, 기사 수천만 건. 저작권자 허락 없이.

    2023~2024년 사이, OpenAI를 상대로 제기된 저작권 소송만 20건이 넘었다. 조지 R.R. 마틴, 존 그리샴, 조디 피코 같은 베스트셀러 작가들이 집단소송에 이름을 올렸다. 뉴욕타임스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소송을 따로 냈다. 애트우드는 2023년부터 이 문제에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온 인물이다.

    창작자들의 반격, 지금 어디까지 왔나

    소송은 시작일 뿐이다. 저항은 지금 여러 층위에서 동시에 진행 중이다.

    • 집단소송: 미국작가협회(Authors Guild) 주도로 AI 기업들을 상대로 한 집단소송이 여러 건 진행 중이다
    • robots.txt 차단: 주요 언론사와 출판사들이 AI 크롤러 접근을 막는 기술적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 계약 조항 추가: 신규 출판 계약에 “AI 학습 목적 사용 금지” 조항이 표준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 입법 압박: EU AI법은 AI 훈련 데이터 출처를 공개하도록 요구하고 있고, 미국에서도 유사한 법안이 논의 중이다

    이 싸움의 본질은 단순한 돈 문제가 아니다. 인간의 창작물이 AI 학습의 원료로 쓰이는 구조 자체를 뒤집겠다는 것이다.

    AI, 정말 창작을 하는 건가

    애트우드의 비판은 기술적인 층위에도 닿아 있다. 생성형 AI는 기존 텍스트의 패턴을 통계적으로 조합한다. 새로운 무언가를 만드는 게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것들의 ‘평균값’에 가까운 결과물을 내놓는 셈이다.

    AI가 쓴 소설이나 시를 보면 문법은 완벽하고 구조도 그럴싸하다. 근데 어딘가 공허하다는 평이 많다. 특정 작가의 문체를 모방하라고 하면 표면적 패턴은 흉내 내지만, 그 작가가 왜 그 문장을 썼는지의 맥락까지는 재현하지 못한다. 애트우드가 말하는 “쓰레기”란 결국 이 맥락의 부재, 인간 경험의 부재일지 모른다.

    K-콘텐츠도 이미 먹혔을 가능성

    이 논쟁이 먼 나라 얘기로 느껴진다면,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웹소설, 웹툰, K-문학 콘텐츠는 이미 글로벌 AI 기업들의 학습 대상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 네이버 시리즈, 카카오페이지에 올라온 수백만 편의 작품들이 어떻게 다뤄지고 있는지, 누구도 공식적으로 확인해주지 않는다.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 카카오의 KoGPT 같은 국내 LLM도 한국어 텍스트를 대규모로 학습했다. 개별 작가나 창작자의 동의를 얻었는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AI 창작물 저작권 귀속 문제를 공식 의제로 다루기 시작했지만, 구체적 법적 보호 장치는 아직 미흡하다.

    애트우드의 한마디는 결국 AI 기업을 향한 청구서다. 제대로 된 데이터를 원한다면 창작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라는 것. K-콘텐츠 강국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창작자 보호 체계를 갖출 수 있을지, 지금이 그 기준을 세울 시점이다.

    출처: The Verge

  • 빅테크가 엔비디아 대신 직접 AI 칩 만드는 진짜 이유

    빅테크가 엔비디아 대신 직접 AI 칩 만드는 진짜 이유

    구글, 애플, 오픈AI, 스페이스X. 업종도 목적도 제각각인 이 회사들이 요즘 같은 짓을 하고 있다. 직접 AI 칩을 만드는 거다. 수년 전만 해도 AI 칩 시장은 사실상 엔비디아 독주였다. GPU 없이는 AI 학습 자체가 안 된다는 말이 업계 상식처럼 통했고, 엔비디아 주가가 그걸 증명했다. 근데 판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왜 다들 갑자기 칩을 만들겠다고 나선 걸까.

    AI 칩이란? GPU와 뭐가 다른가

    AI 칩은 행렬 곱셈 같은 대규모 병렬 연산에 특화된 반도체다. 엔비디아 GPU는 원래 게임 그래픽 렌더링용으로 나왔는데, 병렬 연산 구조가 AI 학습이랑 딱 맞아서 어쩌다 AI 칩의 대명사가 됐다. 우연이 만들어낸 독점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문제는 GPU가 범용 설계라는 점이다. 뭐든 할 수 있게 만들다 보니, 특정 AI 작업엔 굳이 필요 없는 자원까지 끌어다 쓴다. 이게 비효율이다. 반면 주문형 AI 칩(custom silicon)은 딱 그 회사가 필요한 연산만 돌리도록 설계된다. 속도는 올라가고 전력 소비는 내려간다.

    • GPU: 범용, 유연성 높음, 비용 높음
    • Custom AI 칩: 특정 워크로드 특화, 효율 높음, 설계 난이도 높음
    • TPU(구글 텐서처리장치): 구글이 자체 개발한 AI 가속기의 대표 사례

    엔비디아 의존이 문제가 되는 이유

    엔비디아 H100, B200 같은 플래그십 칩은 한 장에 수만 달러다. 대형 AI 모델 하나 학습시키려면 수천 개의 GPU가 필요하고, 비용은 순식간에 천문학적으로 불어난다. 오픈AI가 GPT-4를 학습시키는 데 1억 달러가 넘었다는 추산이 있는데, 그 상당 부분이 GPU 비용이다.

    비용만이 문제가 아니다. 공급망 리스크도 현실이었다. 수요가 폭발하면서 납기 지연이 반복됐고, AI 인프라 확장 일정이 칩 공급 일정에 발목 잡히는 상황이 생겼다. 미중 반도체 수출 규제까지 겹치면서 지정학 변수도 더해졌다.

    결정적인 건 따로 있다. 엔비디아는 이미 모든 고객사의 경쟁자가 됐다. AI 서비스, 클라우드 플랫폼, 소프트웨어 영역으로 손을 뻗는 중이다. 핵심 인프라를 경쟁사에 맡기는 게 장기적으로 괜찮을 리 없다.

    누가 어떤 칩을 만들고 있나

    자체 칩 개발 대열은 이미 꽤 길다.

    • 구글 TPU: 가장 오래된 사례. 7세대 트리톤까지 진화했고, 구글 클라우드를 통해 외부에도 제공된다.
    • 애플 Neural Engine: M 시리즈 칩에 내장된 온디바이스 AI 가속 유닛. 아이폰·맥북의 AI 기능을 GPU 없이 처리한다.
    • 아마존 Trainium·Inferentia: AWS에서 모델 학습(Trainium)과 추론(Inferentia)에 각각 최적화된 칩을 운영 중이다.
    • 메타 MTIA: 추천 알고리즘 같은 대규모 추론 작업에 특화한 자체 칩이다.
    • 오픈AI Jalapeño: 브로드컴과 협력해 개발 중인 추론 전용 칩. 학습이 아닌 서비스 단계 비용을 낮추는 게 목표다.
    • 스페이스X: 스타링크 위성 네트워크 운용에 필요한 온보드 AI 처리를 위해 자체 칩을 개발 중이다.

    자체 칩 개발,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쉬운 길이 아니다. 설계만 해도 수백 명의 반도체 엔지니어가 수년을 매달려야 한다. 설계를 끝냈다고 끝이 아니다. TSMC나 삼성 같은 파운드리에서 양산이 돼야 하고, 첫 테이프아웃(시제품 생산)에서 실패하면 비용과 시간을 고스란히 날린다.

    소프트웨어 생태계도 만만찮은 벽이다. 엔비디아 CUDA는 10년 넘게 쌓인 개발자 생태계, 라이브러리, 프레임워크가 촘촘히 얽혀 있다. 새 칩을 내놔도 기존 AI 코드가 그 위에서 돌아가려면 컴파일러와 드라이버를 처음부터 새로 쌓아야 한다. 이건 꽤 지독한 작업이다.

    결국 자체 칩 개발은 연 매출 수십억 달러 이상인 빅테크 전용 게임이다. 스타트업이나 중견 기업이 따라 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 있다.

    엔비디아는 위기인가

    단기적으로는 아니다. 빅테크 자체 칩이 완성되더라도, 수천 개의 기업과 연구소는 엔비디아 GPU를 쓴다. 전 세계 AI 스타트업 생태계가 CUDA 기반으로 돌아가고 있고, 이걸 하루아침에 대체하기는 어렵다.

    장기 구조는 바뀔 여지가 있다. 구글, 메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는 엔비디아 GPU 최대 소비자군이다. 이들이 자체 칩 비중을 50%만 높여도 엔비디아 매출 구조에 의미 있는 변화가 생긴다. 이건 좀 두고 봐야 하는 얘기다.

    엔비디아도 손 놓고 있는 게 아니다. CUDA 생태계 강화, 소프트웨어 플랫폼 확대, 로보틱스·자율주행 등 새 시장으로 매출 다각화를 서두르고 있다.

    그래서 뭐가 달라지나

    AI 칩 다양화는 결국 AI 서비스 비용 하락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추론(inference) 비용이 내려가면 ChatGPT류 서비스 요금이 낮아지거나, 같은 요금으로 더 강력한 모델을 쓰게 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는 흐름이다.

    개발자 입장에서는 생태계가 복잡해진다. CUDA 하나만 알면 됐던 시대에서, TPU·Trainium·MTIA 플랫폼별 최적화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로 넘어가는 거다. PyTorch, JAX 같은 프레임워크들이 다양한 하드웨어 백엔드를 지원하도록 진화하고 있는 게 그 신호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게도 기회가 열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고대역폭 메모리) 공급망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고, 파운드리 수요도 덩달아 늘어난다. 자체 칩 설계를 돕는 IP·EDA·패키징 업체들의 수혜도 기대된다.

    출처: TechCrunch

  • 구글 파이낸스 앱 써봤다: 야후 파이낸스랑 뭐가 다른가

    구글 파이낸스 앱 써봤다: 야후 파이낸스랑 뭐가 다른가

    20년이 걸렸다. 구글 파이낸스 웹사이트가 생긴 게 2006년인데, 안드로이드 전용 독립 앱이 나온 건 이제야다. 그사이에 야후 파이낸스, 블룸버그, 인베스팅닷컴이 모바일 시장을 통째로 먹었다. 뒤늦게 출발한 구글이 뭘 들고 나왔는지 정리해봤다.

    왜 지금인가

    웹 버전 구글 파이낸스는 야후 파이낸스의 대항마로 2006년에 등장했다. 스마트폰이 세상을 바꾼 이후에도 구글은 모바일 앱 없이 웹만 붙잡고 있었다. 그 틈에 경쟁 서비스들이 모바일에서 자리를 굳혔고, 구글 파이낸스는 존재감이 점점 흐려졌다.

    이번 앱 출시의 핵심은 제미나이다. AI가 금융 뉴스를 요약하고 종목 관련 이벤트를 정리하는 기능을 앱 전면에 배치했다. 단순 주가 조회 앱이 아니라 AI 기반 투자 정보 허브로 밀겠다는 의도가 보인다. Ars Technica 보도를 보면 제미나이 연동이 꽤 깊게 들어가 있다.

    앱에 뭐가 들어있나

    • 포트폴리오 추적: 보유 종목을 입력하면 실시간 손익을 계산해준다. 달러 기준이라 환율 변환이 필요한 국내 투자자에게는 살짝 불편한 지점이다.
    • 뉴스 피드 + AI 요약: 관심 종목 관련 뉴스를 모아주고, AI가 핵심 내용을 요약해준다. 영어 기사 비중이 높아서 영어 독해가 부담스럽다면 체감 가치가 반 토막 날 수도 있다.
    • 비교 차트: 여러 종목을 한 화면에 겹쳐 보는 차트가 꽤 깔끔하다. 경쟁 앱들보다 UI가 직관적이라는 평가가 이미 나오고 있다.
    • 시장 현황 대시보드: S&P 500, 나스닥, 다우존스, 비트코인 등 주요 지수를 한 화면에 정리해준다. 미국 중심이지만 일부 글로벌 지수도 들어가 있다.

    야후 파이낸스, 블룸버그, 인베스팅닷컴과 비교

    각 앱이 어디서 강하고 어디서 약한지 간단히 뜯어보면 이렇다.

    • 야후 파이낸스: 데이터가 두껍다. 재무제표, 옵션 체인, 애널리스트 전망까지 꽤 세밀하게 들어간다. 대신 광고가 많고 앱이 무겁다.
    • 블룸버그: 데이터 깊이는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 완전한 기능을 쓰려면 유료 구독이 필수라,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솔직히 좀 과한 선택이다.
    • 인베스팅닷컴: 국내 투자자들이 꽤 많이 쓰는 앱. 경제 캘린더, 실시간 데이터, 커뮤니티 기능이 있다. 광고 많고 핵심 기능은 유료다.
    • 구글 파이낸스: 무료. 구글 계정 연동이 자연스럽다. AI 뉴스 요약이 빠른 정보 소화를 도와주지만, 재무 분석 데이터 깊이는 야후 파이낸스에 못 미친다.

    결국 가볍게 포트폴리오 체크하고 뉴스를 빠르게 훑는 용도라면 구글 파이낸스, 재무제표와 심층 분석이 필요하다면 야후 파이낸스가 낫다. 이 둘을 동시에 잡아주는 앱은 아직 없다.

    AI 기능, 실제로 쓸 만할까

    이 앱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AI 통합이다. 제미나이로 뉴스 기사를 자동 요약하고, 종목 관련 주요 이벤트를 정리해주는 기능이 들어갔다.

    뉴스 소화 속도를 확실히 높여준다는 건 부정하기 어렵다. 시장을 뒤흔드는 뉴스가 쏟아지는 날, 기사를 하나하나 읽는 대신 AI 요약으로 핵심만 훑을 수 있다. 이건 진짜 편하다.

    다만 여기서 선을 그어야 한다. AI 요약은 어디까지나 “빠른 스크리닝 도구”다. 요약 과정에서 맥락이 빠지고, AI가 강조한 정보가 정말 중요한 건지 판단하는 건 결국 사람 몫이다. 투자 결정의 근거로 삼기엔 위험하다. 이건 앱 문제가 아니라 AI 요약 자체의 구조적 한계다.

    포트폴리오 기능, 이렇게 쓰면 낫다

    기능이 단순해 보여도 세팅을 잘 해두면 쓸모가 달라진다.

    • 포트폴리오 분리: 미국주식, 관심 종목, ETF로 나눠 관리하면 정신이 훨씬 편하다.
    • 가격 알림 설정: 목표 가격에 알림을 걸어두면 앱을 수시로 들여다볼 필요가 없다.
    • 웹·앱 동기화: 구글 계정으로 로그인하면 웹 버전과 자동으로 싱크된다. PC에서 추가한 종목이 앱에 바로 뜬다.
    • 뉴스 탭 필터링: 관심 종목 관련 뉴스만 모아볼 수 있어 노이즈를 꽤 걸러낼 수 있다.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 솔직히

    지금 버전은 미국 투자자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코스피·코스닥 종목도 일부 지원되긴 하지만, 실시간 데이터가 아니거나 정보가 빠져 있는 경우가 있다. 국내 주식을 주로 한다면 증권사 MTS를 메인으로 쓰고, 미국 시장 모니터링 용도로 구글 파이낸스를 보조로 두는 게 현실적인 조합이다.

    반면 미국 주식에 집중하는 사람이라면 만족도가 높을 것이다. S&P 500 구성 종목과 나스닥 테크주 정보가 두텁고, AI 뉴스 요약도 영어 원문 기사를 주로 다루기 때문이다.

    이 앱이 맞는 사람, 안 맞는 사람

    잘 맞는 경우:

    • 미국 주식(빅테크, ETF) 위주로 투자하는 사람
    • 구글 계정을 이미 적극적으로 쓰고 있는 사람
    • 빠른 뉴스 소화와 가벼운 포트폴리오 확인이 주목적인 사람
    • 야후 파이낸스 앱의 광고와 복잡함에 지친 사람

    한계가 뚜렷한 경우:

    • 국내 주식과 미국 주식을 함께 관리해야 하는 사람
    • 재무제표, PER, EPS 같은 심층 데이터를 앱에서 바로 꺼내야 하는 사람
    • 옵션 거래 등 고급 투자 도구가 필요한 사람

    무료이고 구글 생태계와 자연스럽게 연동된다는 점에서, 미국 시장을 보는 보조 앱으로는 충분히 가치 있다. iOS 버전이 나오면 사용자가 더 늘 테고, 제미나이 기능도 계속 업데이트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 당장 메인 앱으로 쓰기엔 완성도가 조금 모자라지만, 방향성은 나쁘지 않다.

    출처: Ars Techn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