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모스 멤버가 신보에서 분노 대신 고요를 골랐다

매트모스 드류 대니얼이 소프트 핑크 트루스 이름으로 낸 신보, 분노 대신 고요를 택했다. 메타크리틱 87점 받은 파격적 방향 전환, 그 속사정을 짚어본다.

실험음악 듀오 매트모스(Matmos)의 절반인 드류 대니얼이 솔로 프로젝트 ‘소프트 핑크 트루스’ 이름으로 새 앨범을 냈다. 제목부터 길다. 《Shall We Go On Sinning So That Grace May Increase?》. 스릴 자키(Thrill Jockey) 레이블에서 2020년 5월 1일 나온 이 앨범, 그의 커리어 전체를 통틀어도 손에 꼽을 만큼 낯설다. 늘 시끄럽고 짓궂었던 사람이 갑자기 조용해졌으니까.

매트모스라는 이름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사람

매트모스는 마틴 슈미트와 드류 대니얼, 둘로 이뤄진 실험음악 듀오다. 《A Chance to Cut Is a Chance to Cure》 같은 앨범을 남겼고, björk의 명반 《Vespertine》 프로덕션에도 참여했다. 실험음악과 팝 사이를 아무렇지 않게 오가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온라인에서 장난삼아 지어낸 가짜 음악 장르 이름이 진짜 밈처럼 퍼진 적도 있고, 존스홉킨스대에서는 문학을 가르친다. 교수다. 이쯤 되면 한 사람이 감당할 정체성의 개수를 넘어선 느낌마저 든다.

원래 소프트 핑크 트루스는 이런 프로젝트가 아니었다

초기 콘셉트는 블랙메탈 명곡을 하우스 비트로 뒤집으면서 악마 목소리와 짓궂은 농담을 얹는 거였다. 신성모독에 가까운 유머로 마니아를 모았다. 그 이력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번 신보 앞에서 한 번쯤 멈칫하게 된다.

  • 과거작: 블랙메탈 커버, 악마 목소리 샘플, 노골적인 농담
  • 이번 신보: 몽환적이고 미니멀한 앰비언트, 명상에 가까운 톤
  • 변하지 않은 것: 드류 대니얼 특유의 정교한 사운드 디자인

2016년의 분노를 그는 다르게 풀었다

드류 대니얼은 2016년 미국 대선 결과에 슬픔과 분노를 동시에 느꼈다고 말한 적 있다. 그해 많은 뮤지션이 그 감정을 공격적인 사운드로 쏟아냈다. 그는 반대로 갔다. 이른바 ‘분노한 백인 남성’ 스타일 대신 최면적이고 치유적인 앰비언트를 골랐다. 이 선택 하나가 앨범 전체를 설명한다.

결과물은 최면적(hypnotic)이고, 치유적(healing)이고, 어딘가 희망적(hopeful)이다. 딥 댄스뮤직과 클래식 미니멀리즘 사이 어디쯤. 저항을 시끄러움이 아니라 고요함에서 찾은 셈이다.

평단은 후하게 매겼다

메타크리틱 기준 8개 매체 리뷰를 모아 87점. 실험음악치고 이례적으로 높은 점수다. 한 평론가는 “짓궂은 디스코그래피 한가운데 자리한 평온의 섬”이라고 썼고, 다른 쪽에서는 “사운드 자체는 급진적이지 않지만 대니얼 개인에게는 급진적인 전환”이라 짚었다.

신보수주의와 파시즘을 향한 음악적 비판은 보통 분노와 공격성으로 터져 나온다. 그런데 이번엔 반대다. 차분한 전자음 레이어로 파고든 선택이 뜻밖이면서도 묘하게 설득력 있다고, 몇몇 매체는 짚었다.

한국 리스너에게는 뭐가 남나

매트모스나 소프트 핑크 트루스, 국내에서 대중적인 이름은 아니다. 그래도 밴드캠프로 해외 실험음악을 직접 사서 듣는 리스너층은 꾸준히 늘어나는 중이다. 팬데믹 이후 명상·힐링 콘텐츠 수요가 커지면서 앰비언트 장르 전반에 대한 관심도 함께 붙은 흐름과도 맞물린다.

정치적 분노를 고요함으로 풀어낸 이번 접근, 국내 인디·일렉트로닉 신에서도 참고할 만하다. 사회적 메시지가 꼭 격렬한 사운드여야 할 필요는 없다는 걸, 이 앨범이 조용히 증명한다.

더 버지(The Verge)가 전한 리뷰를 바탕으로 정리했다. 원문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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