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픽셀11이 픽셀10보다 비싸진다. 소문이 아니라 구글 임원 입에서 직접 나온 얘기다. 디바이스·서비스 부문을 총괄하는 샤킬 바르카트가 9to5Google과의 인터뷰에서 사실상 이를 인정했다. 배경엔 AI 데이터센터 확산이 촉발한 램(RAM) 품귀가 있다.
바르카트, 슬쩍 흘린 한마디
바르카트는 정확한 가격표를 내놓진 않았다. 그런데 다음 픽셀은 픽셀10보다 비쌀 거라는 취지로 답했다. 부인하지 않은 셈이다.
구글이 공식 발표도 하기 전에 임원 입으로 가격 인상을 먼저 언급하는 일, 흔치 않다. 그만큼 부품 원가 압박이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신호로 읽힌다. 원래 구글은 가격 관련 질문엔 즉답을 피해왔다. 그래서 이번 발언이 더 눈에 띈다.
진짜 원인은 AI발 램 품귀
AI 데이터센터 건설 붐으로 엔비디아 GPU 수요가 폭증했다. 그러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에 파운드리 라인이 집중 배정됐다. 여파로 일반 D램과 낸드플래시 생산 여력이 줄었고, 스마트폰·PC용 메모리 가격이 같이 뛰었다.
- 업계에서는 D램 고정거래가격이 올해 들어 두 자릿수 퍼센트로 뛰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 메모리 공급업체들이 수익성 높은 HBM 생산을 우선하며 범용 D램 공급이 타이트해졌다
- 스마트폰 제조사 입장에선 부품 원가 상승분을 판매가에 얹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이 세 곳이 사실상 전 세계 D램·HBM 공급을 좌우한다. 이들의 생산 배분 결정 하나가 스마트폰 원가에 곧바로 반영되는 셈이다.
픽셀10 가격, 그리고 예상되는 인상 폭
픽셀10 기본 모델은 799달러에 나왔다. 픽셀9와 같은 가격이다. 구글은 최근 몇 년간 기본 모델 가격을 동결해왔다.
픽셀6 599달러, 픽셀7 599달러, 픽셀8 699달러, 픽셀9 799달러. 격년 단위로 100달러씩 오른 흐름이다. 픽셀11부터는 이 흐름이 끊길 공산이 크다. 구체적 인상 폭은 아직 안 나왔지만, 메모리 원가 상승 추세를 감안하면 50~100달러 수준이 거론된다.
프로 모델도 같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 지금 999달러인 픽셀10 프로가 1000달러를 넘어설 수도 있다.
애플·삼성도 똑같이 눌린다
램 공급난은 픽셀만의 문제가 아니다. 애플과 삼성전자 모두 아이폰과 갤럭시 시리즈 원가 구조에서 메모리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를 안고 있다.
PC 제조사들 사정도 비슷하다. 델, HP, 레노버는 이미 노트북 가격표에 메모리 원가 상승분을 일부 반영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이든 PC든 원가 압박이 번지는 모양새다.
내 지갑에 실제로 닥칠 일
- 픽셀11 출시 시점은 2026년 가을로 예상된다
- 기본 모델 800달러대, 프로 모델 1000달러 초반대 가격표가 유력하다
- 사전예약 할인이나 하위 모델 트레이드인 프로모션 폭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 중고 픽셀10 시세가 오히려 방어되는 반사 효과도 기대해볼 만하다
남은 변수들
구글이 실제 발표 전까지 인상 폭을 조율할 여지는 남아 있다. 메모리 현물가가 내년 상반기 안정되면 인상 폭이 줄어들 수 있다. 반대로 공급난이 길어지면, 프로 모델 위주로 두 자릿수 인상률이 나올 수도 있다. 이건 좀 더 지켜봐야 아는 부분.
삼성·SK하이닉스엔 호재, 우리 지갑엔 부담
이번 램 가격 상승 국면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직접 수혜 위치에 있다. 두 회사 모두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 상위권이라, 메모리 가격 반등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여지가 크다.
반대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픽셀은 국내 정식 출시 모델이 제한적이지만, 이번 가격 인상 흐름은 갤럭시 S26이나 앞으로 나올 아이폰 신제품 가격 책정에도 참고 지표가 될 여지가 있다. 메모리 가격이 계속 오르면 국내 스마트폰·PC 가격표에도 시차를 두고 반영될 공산이 크다.
국내에서 픽셀보다 갤럭시나 아이폰을 사는 사람이 훨씬 많다. 그래도 원가를 좌우하는 메모리 공급망이 국내 기업 손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안을 남의 나라 얘기로만 보긴 어렵다. 하반기 갤럭시 언팩이나 아이폰 신제품 발표에서 비슷한 가격 조정 신호가 나올지, 지켜볼 대목이다.
이 내용은 The Verge가 전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했다.
